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속 철학 리뷰74

당신은 몸인가, 영혼인가 – 블랙미러와 공각기동대가 던지는 정체성의 질문 인간을 정의하는 건 ‘육체’일까, 아니면 ‘영혼’일까?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6의 에피소드 「저 바다 너머 어딘가(Beyond the Sea)」에는 보기보다 훨씬 깊은 질문이 숨어 있다.주인공 데이비드는 클리프의 레플리카(아바타)에 접속해 지구의 삶을 잠시 대신 체험하게 된다.겉모습은 분명 클리프지만, 그 안에 담긴 인격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그리고 이 낯선 영혼이 들어온 육체는 주변 인물, 특히 클리프의 아내에게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이 장면을 보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사람들은 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격’ 혹은 ‘영혼’에 반응하고 있다.그렇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은 결국 정신, 기억, 감정, 의식이 아닐까?공각기동대 SAC_2045 – 기억을 가진 로봇, 푸린은.. 2025. 7. 16.
닥치고 춤춰라 – 우리 모두의 그림자를 비추는 블랙미러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3의 세 번째 에피소드 ‘닥치고 춤춰라(Shut Up and Dance)’는 마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는 잔인하고도 날카로운 작품이었다.무엇보다도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아주 평범하고 선량해 보이는 소년이었다. 동생을 챙기고, 레스토랑에서 낯선 아이의 물건을 주워줄 정도로 착하고 조용한 아이. 하지만 이 소년은 어느 날, 해킹을 당한 자신의 사생활이 협박의 수단으로 쓰이게 되고, 결국엔 통제할 수 없는 지시를 따르게 된다. 그가 지키고 싶었던 건 부끄럽지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은밀한 사생활이었다.그러나 블랙미러는 그런 은밀한 욕망조차도 '판단받고 공개되어야 할 죄'처럼 비추며, 마치 현대 사회의 이중적 도덕성과 군중심리를 조명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들었던 감정은 복잡했다. 누.. 2025. 7. 14.
저 바다 너머 어딘가 (Beyond the Sea) – 믿음, 선의, 그리고 인간의 민낯 이상과 현실 사이, 인간은 어디쯤 서 있는가?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 시즌 6의 「저 바다 너머 어딘가」는 단순한 SF가 아니다. 이 에피소드는 우리가 가진 믿음, 선의, 그리고 본능이라는 주제를 냉철하게 그리고 가차 없이 들여다본다. 그리고 시청자로 하여금 너무도 현실적인 공포와 분노를 불러일으킨다.신념이라는 이름의 폭력극 중 광신도 집단은 인류의 기술을 거부하며, ‘신에 대한冒涜(모독)’이라 판단해 우주비행사의 가족과 레플리카를 잔혹하게 살해한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그들이 이 행동을 죄책감 없이 정당화하며 경찰에 자수하는 장면이다. 폭력은 자신들이 믿는 신념 안에서 정당한 ‘심판’일 뿐이다.이 장면은 단지 드라마 속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서도, 서로 다른 종교나 정치적 이념으로 인해.. 2025. 7. 14.
메이지 데이 – 괴물이 된 여배우, 그리고 괴물을 만든 우리 블랙미러는 판타지가 아니다. 거울이다.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6의 네 번째 에피소드 「메이지 데이(Mazey Day)」는 처음엔 흡사 늑대인간 영화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가장 잔혹한 진실 하나를 날카롭게 파고든다.“괴물은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괴물을 만든 건, 바로 우리다.”누가 그녀를 괴물로 만들었는가에피소드 속 여배우 메이지 데이는 유명세의 한가운데에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대중 앞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파파라치와 대중의 관심은 식지 않는다. 그녀가 숨어 있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수많은 카메라가 그녀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뒤쫓는다.결국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녀는 교통사고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자신이 점점 괴물로 변해가고 있다는 공포에 시.. 2025. 7. 13.
나만의 소중한 존재는 무엇인가? 우리는 모두 어떤 존재와 연결되어 살아간다.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혹은 가끔은 아무 생명도 없는 물건일 수도 있다.누군가는 반려견의 눈빛에서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매일 함께 걷는 길에서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그리고 이제는, 게임 속 캐릭터나 인공지능 로봇조차 누군가에겐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 시대다.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7의 에피소드 장난감은 이 감정의 영역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사회성이 떨어지는 듯한 주인공은 현실보다 게임 속에서 더 깊은 감정 교류를 느낀다. 그에게는 게임 속 캐릭터가 친구이자 위로였고, 결국 그 존재를 위협하는 현실을 향해 분노하게 된다.우리는 그 장면을 보며 단순히 ‘기괴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예전엔 사람이 사람에게만 사랑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2025. 7. 12.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술 – 블랙미러 ‘율로지(Eulogy)’가 보여준 미래의 추모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7의 다섯 번째 에피소드 〈율로지〉는 처음엔 단순한 ‘추억 소환’ 정도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에피소드는 점점 더 깊은 감정의 장소로 들어가, 우리가 ‘기억’이라는 것을 어떻게 소중히 여기고, 또 얼마나 간절히 붙잡고 싶은지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낸 옛 연인의 사망 소식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남성은 그녀의 추도식에 사용할 추억 콘텐츠를 준비하기 위해 AI 서비스에 의뢰하게 된다. 그런데 이 AI는 단순히 사진을 정리하는 정도를 넘어선다. 그 한 장의 사진 속 장면을 입체적으로 복원해 당시의 분위기, 음악, 대화까지 구현해내고, 그 기억 속으로 실제로 들어가 살아보게 한다. 마치 우리가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말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남성은 과거의 추억을 .. 2025.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