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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몸인가, 영혼인가 – 블랙미러와 공각기동대가 던지는 정체성의 질문

by lommy0920 2025. 7. 16.

출처:Pixabay.com 하트가 전구 안에 있다

인간을 정의하는 건 ‘육체’일까, 아니면 ‘영혼’일까?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6의 에피소드 「저 바다 너머 어딘가(Beyond the Sea)」에는 보기보다 훨씬 깊은 질문이 숨어 있다.
주인공 데이비드는 클리프의 레플리카(아바타)에 접속해 지구의 삶을 잠시 대신 체험하게 된다.
겉모습은 분명 클리프지만, 그 안에 담긴 인격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이 낯선 영혼이 들어온 육체는 주변 인물, 특히 클리프의 아내에게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장면을 보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사람들은 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격’ 혹은 ‘영혼’에 반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은 결국 정신, 기억, 감정, 의식이 아닐까?


공각기동대 SAC_2045 – 기억을 가진 로봇, 푸린은 누구인가?

비슷한 주제를 다룬 또 하나의 작품은 『공각기동대 SAC_2045』다.
이 작품에서 캐릭터 ‘푸린’은 임무 중 총리를 지키려다 오해를 받아 사망한다.
이후 그녀는 기억과 의식이 보존된 완벽한 로봇 바디로 다시 태어난다.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심지어 다른 로봇조차 그녀를 인간인지 로봇인지 혼동할 정도다.

푸린의 사례는 기억과 정체성, 감정과 관계가 보존된다면,
설령 육체가 인간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그 존재를 "그 사람"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것은 ‘존재’에 대한 정의가 물리적 몸이 아니라 비물질적 정신에 더 가까움을 암시한다.


인간은 결국 ‘브레인’이 아니라 ‘의식’이다?

블랙미러의 데이비드와 공각기동대의 푸린은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 데이비드는 클리프의 육체를 빌려 현실을 체험하지만, 그의 내면은 여전히 데이비드다. 그래서 주변 사람은 본능적으로 “그는 클리프가 아니다”라고 인식한다.
  • 반대로, 푸린은 비록 인조 육체를 가졌지만, 기억과 감정이 이어졌기에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여전히 '푸린'으로 받아들인다.

이 두 경우는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단지 SF 설정에만 해당하는 질문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뇌 질환이나 치매로 인해 기억이 사라지고, 성격이 바뀐 사람을 대할 때 우리는 종종
“이 사람이 예전의 그 사람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즉, 육체는 그대로여도 인격이 달라지면 우리는 그를 다른 존재처럼 느낀다.


완벽한 복제와 인간성의 경계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면, 우리도 언젠가 기억과 감정을 그대로 보존한 AI나 로봇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물리적 육체가 다르더라도 그 존재를 ‘사람’으로 인정해야 할까?

블랙미러와 공각기동대는 이런 상상을 가능케 한다.
레플리카든 로봇이든, 영혼 혹은 의식이 동일하다면 우리는 결국 그것을 ‘그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인식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결론 – 인간의 본질은 ‘기억과 관계’에 있다

나는 이 두 작품을 통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람’으로 인식하고, 관계를 맺고, 감정을 주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체가 아니라 ‘기억과 관계’라는 것이다.

육체는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기억, 감정, 정체성은 그 사람을 정의하는 핵심이다.
그것이 로봇이든, 레플리카든, 복제 인간이든 –
그 존재가 나와 공유한 감정과 기억이 동일하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를 '사람'으로 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