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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데이 – 괴물이 된 여배우, 그리고 괴물을 만든 우리

by lommy0920 2025. 7. 13.

출처:Pixabay.com 늑대인간과 여자가 정면을 보고 있다

블랙미러는 판타지가 아니다. 거울이다.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6의 네 번째 에피소드 「메이지 데이(Mazey Day)」는 처음엔 흡사 늑대인간 영화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 작품은 우리 사회의 가장 잔혹한 진실 하나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괴물은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괴물을 만든 건, 바로 우리다.”


누가 그녀를 괴물로 만들었는가

에피소드 속 여배우 메이지 데이는 유명세의 한가운데에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대중 앞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파파라치와 대중의 관심은 식지 않는다. 그녀가 숨어 있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수많은 카메라가 그녀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뒤쫓는다.

결국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녀는 교통사고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자신이 점점 괴물로 변해가고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극적인 순간에 늑대 같은 괴물로 변해 파파라치들을 공격한다.

단순한 판타지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장면을 이렇게 해석했다.
그녀가 괴물이 된 게 아니라, 우리가 그녀를 괴물로 만든 것이다.


파파라치의 카메라는 죄 없는가?

가장 섬뜩했던 장면은 괴물로 변한 메이지가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피를 흘리며 “나를 끝내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파파라치는 그녀에게 권총을 건네고, 그 애처로운 순간마저도 카메라로 찍는다.
그는 직접적인 살인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자살을 기록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인간의 호기심, 직업적 욕망, 생존을 위한 핑계가 도덕적 판단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 실감했다. 생계를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본성적인 충동일까? 어느 쪽이든, 파파라치의 셔터는 총보다도 잔인한 도구였다.


이선균, 김새롬… 그리고 현실에서의 ‘괴물화’

이 드라마를 단순한 판타지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너무도 비슷한 현실이 우리 주변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선균의 사건을 떠올려보자. 처음엔 마약 관련 이슈였지만, 결국 대중의 관심은 그의 불륜에 쏠렸고, 그는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작품이 취소되고, 그는 더 이상 연예계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향한 무수한 기사 제목, 댓글, 루머들을 소비하며 관찰자처럼 행동했다.

김새롬의 경우는 더 비극적이다. 음주운전이라는 잘못 이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생활까지 대중의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결국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중의 무심한 클릭과 관심이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도 잊는다.


괴물은 우리 안에 있다

나는 이 에피소드를 본 이후로, 유명인에 대한 가십 기사를 되도록 클릭하지 않으려 한다.
그 클릭 하나가 곧 돈이 되고, 더 많은 사생활 침해를 유발하고, 결국 누군가를 ‘괴물’로 몰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실수한다. 유명인이라고 해서 완벽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중의 집단적 관심은 개인의 실수를 인생 전체로 낙인찍고 처벌한다.

「메이지 데이」는 말한다.  괴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괴물처럼 소비하는 시선이 있는 것이라고.


끝으로 – 드라마는 현실보다 덜 잔인하다

블랙미러는 가상의 이야기로 현실을 풍자한다. 그런데 가끔은,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잔인하고, 더 극단적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연예뉴스, 댓글, 영상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겐 감옥이 되고, 낭떠러지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 에피소드가 결코 판타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우리 사회의 무서운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