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은 끔찍해” – 나도 모르게 공개된 나의 하루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6의 첫 번째 에피소드 「존은 끔찍해」는 충격적이면서도 익숙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주인공 '존'은 어느 날 저녁,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다.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가,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플랫폼 ‘스트림베리’에서 방영되고 있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내용이 바로 당일 그녀가 실제로 겪었던 일들이라는 점이다. 친구, 직장 동료, 연인까지 모두 그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은, 존의 사생활이 더 이상 '개인적인 것'이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내가 아닌 나, 누가 나를 만들었는가
에피소드의 중반부로 갈수록 상황은 더 혼란스러워진다. 드라마 속 ‘존’은 실제 인물이 아닌, AI로 구현된 시뮬레이션이다. 그리고 드라마 속의 드라마, 그 속의 또 다른 ‘존’들이 등장하며, 관객은 무한히 반사되는 거울 속에 갇힌 듯한 기분을 느낀다.
결국 밝혀지는 진실은 이렇다.
존 역시 또 다른 ‘존’의 콘텐츠일 뿐이며, 그녀조차도 완전한 ‘주체’가 아니었다는 반전.
이는 곧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에서도 나 자신이 내가 아닌 누군가의 ‘데이터’로 소비될 수 있다는 섬뜩한 암시로 연결된다.
무심코 ‘동의’한 나의 데이터, 어디까지 쓰이고 있을까
이 에피소드가 던지는 가장 불편한 질문은 이것이다.
“내가 동의한 데이터는 어디까지 나를 재현할 수 있는가?”
우리는 앱을 설치할 때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라는 문장을 거의 자동적으로 클릭한다. 그런데 그 ‘동의’가 우리의 대화, 취향, 감정, 위치, 얼굴 표정까지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음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AI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를 타겟팅하며, 우리의 취향을 조작한다. 나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성향이 AI에 의해 먼저 분석되고, 그 결과가 내가 마주하는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존’처럼 누군가의 시청 콘텐츠 속 등장인물일지도 모른다.
빅테크의 거울 앞에 선 인간
『존은 끔찍해』는 SF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메시지는 분명히 현재형이다.
“당신의 사생활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수집된 사생활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우리는 얼마나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하고 있는가?”
이 에피소드는 거창한 경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너무도 일상적인 현실을 조명한다. 우리가 쉽게 클릭하는 약관 동의, 무심코 허용한 카메라와 마이크, 나도 모르게 동기화된 사진과 위치 정보. 그것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존’이라는 존재이고, 그 결과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감시가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시대
과거엔 감시는 ‘통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재미’의 도구가 되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몰래카메라, 관찰 예능처럼 타인의 사생활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콘텐츠 소비 방식이 되었다. 우리는 웃고, 클릭하고, 소비한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모욕을 당하고, 존재를 침해당하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재현'된다.
『존은 끔찍해』는 이러한 현실을 정확히 비추는 거울이다.
더 이상 감시는 통제만이 아니라, 하나의 '흥밋거리'로 재포장된 시대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 당신은 정말 ‘자기 자신’일까?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나 역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고, 클릭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들. 그 속에서 나는 얼마나 나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고 있는 걸까?
혹시 그 모든 건 이미 누군가의 설계에 따라 예측된 행동은 아닐까?
『존은 끔찍해』는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