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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게(Black Mirror – Be Right Back): 죽은 이를 되살리는 기술, 위로일까 저주일까

by lommy0920 2025. 7. 27.

출처:Pixabay.com 여성이 가방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2013년에 방영된 블랙미러 시즌 2의 첫 번째 에피소드 〈돌아올게〉는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일상에 파고들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보면 오히려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 그와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와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그런 유혹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슬픔을 달래주는 기술"에서 시작된 이야기

주인공 마사는 교통사고로 남편 애쉬를 잃는다. 상실의 고통 속에서 친구의 권유로, 고인의 온라인 기록을 바탕으로 말투와 감정을 복원한 AI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그 이후엔 목소리를 복원한 AI와 통화를 하고, 결국 외모와 목소리, 습관까지 완벽하게 복제된 휴머노이드 형태의 ‘애쉬’를 집으로 들이게 된다.

그는 말한다. 그녀가 기억하는 말투로, 그녀가 듣고 싶어하는 대답으로. 처음에는 놀라움과 위안이 있었다. 하지만 점점 그는 진짜 애쉬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녀의 감정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완벽에 가까운 복제... 그러나 ‘진짜’는 아니었다

AI 애쉬는 감정의 미묘한 뉘앙스를 재현하지 못한다. 충동적이고 인간적인 애쉬의 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기술이 ‘기억된 기록’을 기반으로 구현한 존재는, 결국 진짜 사람의 다면성과 깊이를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마사는 그에게 절망하고, 벼랑에서 뛰어내리라고 명령하기까지 한다. 엔딩에서 ‘애쉬’는 다락방에 인형처럼 방치되고, 마사는 그를 애매한 존재로 계속 지켜보게 된다. 슬픔과 위로의 순환은 기술이 만들어낸 허상 속에서 반복되고, 현실은 여전히 공허하다.


위로인가, 허상인가? 그리고 ‘지금’의 소중함

이 에피소드를 보고 문득 든 생각은 이렇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진짜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이런 기술들이 등장하고 논의된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가진 소중한 관계와 시간들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고맙게 여기게 해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기억을 남기고 싶어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때로는 그 기록에 집착하느라 현재의 소중한 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결국 기억과 추억은 "지금"의 진정한 몰입에서 시작된다.

‘돌아올게’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슬픔을 잊기 위해 과거를 붙잡고 싶은 욕망,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살아가야 할 이유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기술은 도구일 뿐… 중요한 건 우리의 태도

AI 기술은 분명 인류에게 놀라운 위로와 편의를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과 감정, 삶의 본질까지 복제해줄 수 있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이 에피소드는 단순한 기술 논쟁을 넘어서,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떠나보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관계와 감정에 얼마나 충실할 수 있느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