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 시즌 3의 네 번째 에피소드인 **〈샌주니페로〉**는 이 시리즈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따뜻하고 감성적인 결말을 가진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겉보기엔 로맨틱한 이 디지털 유토피아가, 정말 우리가 원하는 ‘삶’일까?
이 에피소드는 현실에서는 노년의 삶을 살고 있는 인물들이, 가상현실 속 샌주니페로라는 곳에 접속해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으로 사랑하고, 즐기고,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기술을 그리고 있다. 육체는 병원 침대 위에 있지만, 의식은 가상세계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이 세계에서는 육체의 고통도, 노동도, 사회적 제약도 없다. 사랑의 방식조차 자유롭고, 정체성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천국' 같은 세상이다.
하지만 나는 이 유토피아를 보며 의문이 들었다.
과연 모든 것이 자유롭고, 고통이 없고, 시간이 무한히 주어지는 세상이 진짜로 행복할 수 있을까?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유한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장미는 1년 중 단 2주 만 피기 때문에 우리는 그 찰나를 소중히 여긴다.
영원히 지지 않는 장미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여전히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까?
마치 평범한 가로수처럼 지나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샌주니페로〉의 가상천국은 인간적인 따뜻함을 가진 동시에, 어딘가 섬뜩한 감정도 주는 세계였다.
우리는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유토피아가 삶의 본질을 잊게 만들 수 있는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
나는 아마도 샌주니페로에 남지 않을 것 같다. 짧게 여행하듯 경험할 순 있겠지만, 영원히 그곳에 머물고 싶지는 않다. 죽음이란 끝이기에, 삶이 소중한 것이고, 또 다시 오지 않기 때문에 매 순간을 진심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샌주니페로〉는 우리에게 기술이 만들어낼 수 있는 ‘천국’을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서 우리가 진짜 원하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묻고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각자의 마음 속에만 존재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