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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 – 스트라이킹 바이퍼스가 던지는 정체성의 질문

by lommy0920 2025. 7. 17.

출처:Pixabay.com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건 그냥 게임일 뿐이야"… 정말 그럴까?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5의 첫 번째 에피소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Striking Vipers)」는
단순한 VR 게임의 이야기를 넘어서, 현실과 감정, 신체와 정체성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어릴 적 친구였던 두 남성, 대니와 칼.
오랜만에 재회한 그들은 새로운 형태의 가상현실 게임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X’를 함께 플레이하게 된다.
이 게임은 단순한 조작이 아닌, 의식을 직접 게임 속 캐릭터에 전이시켜 감각과 움직임까지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다.
즉, 플레이어의 ‘정신’은 게임 세계에 있고, 육체는 외부에 남겨진다.


감각이 현실이라면, 감정도 현실일까?

게임 속에서 대니는 남성 캐릭터 ‘랜스’를, 칼은 여성 캐릭터 ‘록산느’를 조종한다.
처음엔 격투 게임이었다. 그러나 곧 캐릭터 간의 격투는 성적인 관계로 발전한다.
플레이어들은 점점 현실보다 더 짜릿하고 감각적인 게임 속 관계에 빠져든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건 게임 속 일일 뿐일까, 아니면 실제로 서로에게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걸까?”
현실로 돌아온 두 남성은 직접 입을 맞추며 자신들이 진짜 동성 간의 감정을 느끼는지 확인해보려 한다.
결과는 명확하다. 현실에서는 서로에게 아무런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드러낸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욕망은 반드시 신체의 성별이나 정체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감각의 매개가 바뀔 때, 우리는 전혀 다른 형태의 정체성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신체는 그저 껍데기일 뿐일까?

가상 세계 속에서 칼은 여성의 몸을, 대니는 남성의 몸을 입는다.
두 사람 모두 현실에서는 이성애자지만, 여성 캐릭터로 존재하는 칼과의 성관계에 몰입하며 혼란을 겪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감각의 중심이 몸이 아니라 의식에 있다는 것.

이 에피소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느끼는 ‘나’는 과연 신체에 기반한 것일까, 아니면 기억, 감각, 선택에 기반한 것일까?


현실보다 더 짜릿한 게임, 현실보다 더 무거운 대가

결국 대니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현실로 돌아가지만, 아내와의 타협을 통해 정기적으로 게임 속 세계를 경험한다.
이것은 마치 부부간에 감정과 충성은 유지하되, ‘게임 속 성생활’은 허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합의 관계다.
정말 놀라운 점은, 게임이 현실의 대체물이 아니라 ‘또 하나의 현실’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 장면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예고편처럼 느껴진다.
VR이 현실 수준의 감각과 몰입을 제공하게 되면, 우리는 가상현실 속 관계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될 수밖에 없다.


게임은 또 하나의 삶이 된다

우리는 흔히 게임을 현실 도피나 유희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의식이 완전히 이입된 가상 세계에서는, 모든 경험이 곧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안에서 맺는 관계, 느끼는 감정, 경험하는 쾌락은
현실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강렬하고 더 잊을 수 없을 수도 있다.

결국 인간의 삶이란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 몰입하고 있는가’에 따라 구성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 인간 정체성의 유일한 중심은 ‘영혼’일까?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육체가 아닌 ‘의식’의 영역에서 인간을 정의하는 새로운 시대를 보여준다.
몸은 바뀌어도, 세계가 달라도, 감정과 감각은 진짜다.
그렇다면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느끼고 선택하는 ‘영혼’의 움직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