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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던진 돌멩이, 누군가에겐 생을 뒤흔든 파문 – 블랙미러 ‘베트 누아르’ 리뷰

by lommy0920 2025. 7. 9.

출처:Pixabay.com 평행우주 지구가 묘사되어 있다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7, 두 번째 에피소드 ‘베트 누아르’는 첫 장면부터 묘하게 불편하다. 한 여성이 직장에서 만난 옛 동창의 등장으로 삶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친하지 않았던 친구의 갑작스러운 재등장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그녀가 꾸민 정교한 시뮬레이션, 즉 조작된 평행우주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보는 나조차도 혼란스러워졌다.

 

이 에피소드는 단지 SF나 복수극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에 무심코 퍼뜨린 루머, 그 가벼운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인생을 뒤집는 비극의 씨앗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자신에게는 사소한 농담이, 상대에게는 회복 불가능한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우리는 얼마나 자주, 얼마나 쉽게 누군가의 시선과 아픔을 외면해왔을까?

 

주인공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괴물 같은 현실 속에 갇히게 된다. 무서운 건, 이 에피소드가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리 다르지 않다. 익명 속에서 퍼뜨린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생을 흔들고, 상처 입은 이는 묵묵히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개는 복수한 자가 나쁜 사람이 되고 악당이 되곤 하지만 과연 그런걸까?

 

이야기의 마지막, 피해자는 가해자를 죽이고 그 시스템의 주인이 된다. 단지 복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통제를 장악한 인물로 재탄생한다. 무서운 건,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조차도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감옥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신은 과연 누군가의 우주를 뒤흔든 적은 없었나요?"

관점의 전환, 타인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AI나 시뮬레이션이 아닌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마지막 덕목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