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er》를 처음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정말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스스로 생각하고 대화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인공지능 운영체제(OS)와 사랑에 빠진다. 어쩌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요즘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AI는 이제 단순히 정보만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 감정, 취향까지도 이해하고 반응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음성 비서나 챗봇은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오늘 기분이 어떤가요?’와 같은 질문에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사람처럼 느끼고, 위로하고, 관심을 표현하는 능력을 갖춘 AI는, 어느 순간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연애란 무엇일까? 단지 상대방이 인간이라는 조건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며, 감정적으로 연결된 존재라면 그것이 AI든 사람이든 상관없는 걸까? 인간은 감정의 존재이면서도 때로는 논리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반면 AI는 논리로 시작하지만, 감정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간과 비슷한 교감을 시도한다.
《Her》의 인공지능 사만다는 주인공의 감정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에게 위로와 영감을 준다. 하지만 그녀는 동시에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사실은 결국 주인공에게 큰 충격을 준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묻게 된다. 감정의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AI의 사랑은 진짜일까?
미래에는 AI와의 연애가 더 이상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존재가 인간이 아닌 AI일 수 있다. 결국 연애의 본질은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고, 외로움을 채우고,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해주는 존재가 꼭 인간일 필요는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