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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싶었던 사랑, 시스템 안에 갇히다 – 블랙미러 'Common People' 리뷰와 성찰

by lommy0920 2025. 7. 8.

출처:Pixabay.com 사이버 숫자가 탑을 이루고 있다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7의 첫 번째 에피소드 'Common People'은 디스토피아적 미래 사회에서 인간성과 기술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통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갑작스러운 뇌 질환으로 삶을 위협받는 아내 Amanda를 위해 남편 Mike는 그녀의 의식을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는 실험적인 기술 '리버마인드(Rivermind)'를 선택한다. 이 선택은 사랑의 연장선에서 출발했지만, 그 끝은 사랑이 시스템의 노예가 되는 역설로 귀결된다.

 

처음에는 혁신적이고 감동적인 결정처럼 보였던 기술이 점차 삶을 옥죄기 시작한다. Amanda는 살아남았지만, 광고를 시청해야만 유지되는 저가 플랜에 속해 점차 피폐해지고, 수면 시간을 늘려야만 구독비를 감당할 수 있게 된다. 그녀는 점점 사람들과 단절되고, 마침내는 남편 Mike마저 극단적인 선택 앞에 서게 된다. 아내를 위한 희생은 끝내 아내를 죽이는 결정으로 이어진다.

 

이 에피소드는 기술이 인간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환상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그 기술이 얼마나 쉽게 자본주의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버릴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누구나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기에 이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러나 그 지키고 싶은 마음이 기술을 통해 실현되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감옥을 만든 건 아닐까?

 

요즘 우리의 일상을 보면, 이 이야기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건강 앱이 우리의 수면을 감시하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우리의 감정을 파악하고, 스마트폰이 우리의 취향과 행동 패턴을 알고 있다. 우리는 이미 AI와 데이터를 통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이미 우리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작은 광고를, 작은 타협을, 작은 의존을 매일같이 선택하고 있는 건 아닐까?

 

'Common People'은 마치 사랑을 담은 긴 편지처럼 다가오지만, 마지막엔 그 편지를 찢어야만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던 마음이,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시스템 안에 가두는 일로 바뀌어버리는 아이러니. 이것이 바로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연장"하는 동시에 "희생"시키는 방식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기술에 기대어도 괜찮을까? 그리고 언제, 어떻게, 다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블랙미러의 이 질문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묵직한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