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알림 하나가 인생을 바꾼다면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 5의 에피소드 2편 〈스미더린〉은
거대한 기술보다 오히려 인간의 내면과 사회 구조의 균열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이 에피소드는 거창한 SF가 아니다.
그 대신, 지금 우리 주변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들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일들이 얼마나 큰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누구보다 평범한 사람이었다
주인공 크리스는 전직 교사였고, 평범하고 온순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SNS 알림을 확인하려고 잠깐 핸드폰을 들여다본 그 순간,
그의 차량은 반대편 차선을 침범했고, 맞은편 차량의 운전자와 자신의 약혼자가 목숨을 잃는다.
공식적으로 그는 피해자로 기록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가해자임을 알고 있었다.
그 죄책감과 후회는 곧 시스템을 만든 회사, 스미더린을 향한 분노로 번진다.
그가 차량을 몰며 알림을 받지 않았더라면 그 사고는 없었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도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은 그를 결국 극단적인 행동으로 몰고 간다.
시스템을 탓할 수 있을까?
크리스는 스미더린 본사의 직원을 납치하고,
최종적으로 이 플랫폼을 만든 CEO와의 직접 통화를 요구한다.
극적인 협상 끝에 CEO와 연결되지만, 그 과정에서
임원진과 ‘전문가들’의 방해와 통제가 얼마나 시스템화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은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다.
CEO 역시 말한다.
“처음엔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SNS는 이제 개인의 의지를 넘어선 독립된 생명체처럼 자라났고,
개발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이 장면은 마치, 창조자가 자신의 피조물에게 통제력을 잃는 순간을 보여주는 듯하다.
스마트폰에 매몰된 세상
나는 이 에피소드를 보며 요즘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거의 모두가 스마트폰 화면에 고개를 박고 걷는다.
신호등을 건너면서도, 길을 걷는 중에도, 심지어 식사 중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집착하며 들여다보는 정보는,
과연 정말 인생을 바꿀 만큼 중요한 것일까?
나의 경험 – 알림이 만든 행동 변화
나도 예전엔 카카오톡 알림 소리가 울리면 무조건 먼저 확인했다.
기다리던 메시지도 아니고, 급한 일도 아니었지만,
알림 소리 하나에 모든 걸 멈추고 확인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
요즘은 일부러 알림 소리를 꺼두고, 내가 시간을 낼 수 있을 때만 확인한다.
아마도 크리스가 스미더린에 던지고 싶었던 질문도 이것이었을 것이다.
“왜 우리는 그 순간, 그 알림을 참지 못했을까?”
시스템의 잘못인가, 인간의 한계인가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비극은 누구의 잘못인가?”
단지 알림을 설계한 시스템의 문제일까?
아니면 주의력을 조절하지 못한 인간의 잘못일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우리는 시스템을 만든 존재이면서도,
그 시스템에 순응하고, 때로는 그것에 의존한다.
블랙뮤지엄과의 연결 – 의도와 결과는 다르다
〈스미더린〉은 블랙미러의 또 다른 에피소드 〈블랙 뮤지엄〉을 떠올리게 한다.
기술은 언제나 처음엔 좋은 목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해관계, 자본, 사회 시스템과 얽히면서 최초의 목적은 잊혀지고,
그 결과는 때로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된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SNS 중독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과 시스템의 충돌,
그리고 책임의 방향이 흐려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 우리는 어느 쪽에 서 있는가?
〈스미더린〉은 기술을 만든 사람도, 사용하는 사람도, 피해를 입은 사람도 모두 인간임을 말한다.
우리는 언제든 크리스처럼 후회할 수 있고, 시스템처럼 통제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이 질문일지 모른다.
“나는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
그게 정말 중요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