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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속 철학 리뷰

러브, 데스 + 로봇 〈세 개의 로봇〉 – 인간 멸망 이후 남겨진 풍경

by lommy0920 2025. 8. 27.

인류가 사라진 뒤, 세 대의 로봇이 폐허가 된 도시를 탐험하며 인간의 흔적을 관찰한다. 짧은 풍자 속에 인간성의 본질이 드러난다.

줄거리 요약

〈세 개의 로봇(Three Robots)〉은 인류가 멸망한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세 대의 로봇—마치 관광객처럼 도시를 거니는—이 인간이 남긴 흔적을 구경한다. 농구장을 보며 인간이 공을 왜 바닥에 튕기고 던졌는지 이해하려 애쓰고, 패스트푸드점을 보며 "이 음식이 정말 먹을 만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그들의 시선은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뼈아프다. 인간의 삶이 로봇에게는 전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적 메시지

이 에피소드는 짧지만 인류의 자기 모순을 예리하게 비춘다. 로봇의 시각에서 인간의 습관과 문화를 보면, 당연해 보이던 것들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드러난다. 농구 경기, 패스트푸드, 게임 콘솔… 모두 인간의 즐거움이었지만 결국 생존과는 무관했다. 더 큰 문제는 인류가 기술과 소비에 의존하면서 정작 자신들을 멸망으로 몰아갔다는 사실이다.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면서 "과연 지금 내가 즐기는 것들은 본질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렸다. 소비, 오락, 심지어는 편리함을 위한 기술조차도 장기적으로는 우리를 파멸로 몰고 가는 건 아닐까. 로봇의 냉정한 시선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상기시킨다.

개인적인 감상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로봇들이 고양이를 만나는 부분이었다. 인간이 사라진 뒤에도 살아남은 고양이들은, 어쩌면 인간보다 더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처럼 보였다. 로봇들이 두려워하며 "혹시 고양이들이 버튼을 누르면 폭발하나?"라고 농담하는 대목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고양이에게 신비와 권력을 부여했는지가 반영된 듯했다.

 

그 순간 저는 웃음과 동시에 씁쓸함을 느꼈다. 인간은 스스로 만든 도시에 묶여 결국 사라졌지만, 고양이는 자유롭게 그 자리를 차지한다. 마치 자연은 인간이 없어도 계속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리가 지배자라고 생각했던 세계는, 사실 인간이 사라져도 굴러간다.” 이 메시지는 오래 남았다.

마무리

〈세 개의 로봇〉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깊은 풍자를 담은 작품이다. 인간이 스스로의 문명을 자랑스러워했지만, 정작 남겨진 것은 로봇의 구경거리에 불과한 유물이었다. 저는 이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 "나의 하루하루가 정말 의미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구경거리가 될 흔적을 쌓는 것일 뿐인가?"라는 자문을 하게 됐다. 짧지만 강렬한 사유의 순간, 그것이 러브, 데스 + 로봇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출처:Pixabay.com 로봇이 손을 들고 아래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