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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전화선 너머에서 다시 들리는 목소리 – AI로 이어지는 기억

by lommy0920 2025. 7. 4.

 

 

출처:Pixabay.com 전화기안에서 손을 건네고 잡는 장면이 있다

 

어느 날 TV에서 한 젊은 개그맨이 이야기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번호로 여전히 전화를 건다고. 아무도 받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그 번호를 누르고, 조용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다가 전화를 끊는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 한켠이 저릿하게 울렸다. 그 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아버지와의 연결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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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리움이, 이제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AI 기술의 발달로, 고인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살아 생전의 대화 패턴과 말투, 성격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대화의 상대가 되어준다. 예전엔 납골당이나 추모관에 가서 사진을 보며 기억을 떠올렸다면, 이제는 AI가 그분의 목소리로 "잘 있었니? 요즘 힘들진 않니?" 하고 말을 건네는 세상이 멀지 않다.

 

플루토 같은 SF 작품에서도, 로봇이 기억과 감정을 담아내고, 사람을 대신하거나 사람을 넘어서는 존재로 그려진다. 특히 메모리칩에 저장된 정보로 인해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고, 고인이 했을 법한 말과 행동을 구현하는 모습은 단지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인간의 그리움과 감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술로 다가온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했던 사람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한다. 생전의 따뜻한 말 한마디, 웃는 모습, 어깨를 토닥이던 손길. 그 모든 것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은 늘 아쉽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기억을 조금 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언젠가 누군가는, 잃은 이를 향해 전화기를 들어 "아버지, 저 왔어요.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라고 말하면, AI가 아버지의 목소리로 "그래, 수고했구나. 항상 응원하고 있다." 라고 대답하는 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더 이상 환상이 아니라, 다가오는 현실일지 모른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방식이 AI라면, 우리는 그 기술 안에서 다시 사랑하고, 위로받고, 그리움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